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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in]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조매정 기획국장 -도민일보

등록일: 2008-04-09


[사람in]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조매정 기획국장 -도민일보 이종일 위원장 통해 25년 전 '극단 입체' 들어와 안살림 도맡아 2002년 세무서 그만두고 연극제 전념…국제 연극도시 만들고파 연극을 실내 무대에서 자연 속으로 끌어낸 차별화 전략으로 어느덧 국내 최고의 야외 연극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거창국제연극제.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연극제는 지역잔치의 성공모델로 손꼽힌다. 그 뒤에는 한 여성의 눈물겨운 열정이 숨어 있다. "직장도 팽개치고 연극에 빠졌죠"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조매정(49) 기획국장. 그는 24세에 연극판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25년 간 이종일 집행위원장과 함께 극단 '입체'를 꾸려오면서 '거창 국제연극제'를 이끌어 온 산 증인이다. 스스로 "지금까지 제대로 누워 잠잔 날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할 만큼 극단과 국제연극제의 안살림을 도맡아 쫓기듯 정신없이 꾸려왔다. 세무공무원이던 조 국장은 처음 서울에서 직장에 다녔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거창세무서로 내려오게 된다. 이때 한 사람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어느 날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가 대뜸 다가와 "연극이 뭐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생뚱맞은 질문을 하며 연극을 같이하자고 권한다. 그가 바로 극단 입체 대표이자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인 이종일(54) 씨였다. 조 국장은 이날 만남을 계기로 지역문화를 위해 한 몫 하기로 했다. 이후 그는 1년 간 배우로 활동하다 극단 안살림까지 맡기에 이른다. 말이 안살림이지 궁핍한 극단에서 제대로 갖춰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조 국장은 "극단 살림을 맡고 가장 먼저 한 것은 라면 한 상자와 큰 양은 냄비, 배우들 수저를 사오는 것이었다"며 "그땐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서 월급을 타면 극단 살림도구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회상한다. "욕도 많이 먹었죠. 왜 좋은 직장 놔두고 그토록 힘든 생활 하냐며 주변에선 말리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연극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겠죠." 그의 표정에서 만만찮은 강단이 엿보인다. 98년 수승대 관광지의 자연을 무대로 삼는 연극축제로 방향전환을 하기 위해 서원과 계곡에 야외무대를 설치하는 일은 서원 주인인 문중 어른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군청 협조와 지원이 있어야 하는 등 장벽이 한둘이 아니었다. 큰 틀은 이종일 집행위원장이 세웠지만 세부 사업들을 구체화하는 일은 모두 그의 몫이었다. 조 국장의 끈질긴 집념과 설득으로 수승대 관광지 안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하고 운치 있는 7개의 공연장이 세워졌다. 전통한옥을 배경으로 세워진 거북극장, 수영을 하면서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수상 무대 무지개 극장, 500년 된 은행나무를 무대 한가운데 세워놓은 은행나무극장 등 친근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채워진 공연장 덕분에 연극인들은 더욱 창의적인 공연을 할 수 있었다. 2002년 급기야 다니던 직장을 아예 그만두었다. 연극제를 꾸리느라 돈을 빌리러 다니다 보니 어느 날 월급이 압류되었고 세무서 직원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든 것도 한 원인이지만, 이참에 연극제에 완전히 전념하고 싶어서였다. 게다가 연극제가 성공할수록 주변 시샘도 더해졌다. 운영예산이 명확하지 않다는 근거도 없는 소문이 무성했고 행정의 간섭도 늘어났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망울이 조금 붉어졌다. 하지만, 이내 웃으면서 "오히려 가난하지만 라면만 끓여 먹던 그 시절이 더 행복했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산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울산 등 5시간 가까이 되는 거리를 트럭을 타고 다니며 공연을 했고 그때 앓았던 위장병이 도져 건강을 많이 해쳤다"며 "부족한 예산 때문에 장거리 공연에도 배우들과 스태프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기 때문에 라면은 이제 입에 대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조 국장은 거창을 연극도시로 만들고자 백 년을 내다보는 또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정규교과 과정의 '거창연극학교' 설립이다. 그는 나이와 직업 관계없이 연극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실기 위주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공연예술을 배울 수 있는 연극전문학교를 설립해 이들에게는 창작의 샘터로, 지역민들에게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문화공간을 만들려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내게 소망이 있다면 내가 나고 자란 거창이란 도시를, 또 한국이 세계 연극계에 새롭게 각인되는 것입니다. 연극은 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고, 내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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