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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3-20


<마시는 것만이 물은 아니다…`버추얼 워터'>)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만약 지난 저녁 소고기 500g을 먹었다면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7천500ℓ의 물을 소비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1ℓ 페트병 7천500통을 한 끼에 마신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다. 직접 물을 마신게 아니라 식탁에 오르기까지 7천500ℓ의 물이 드는 소고기 500g을 먹었으니 엄밀히 말해 당신은 물을 `마신'게 아니라 `먹은'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상수(假象水)라는 새로운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유네스코 산하 물ㆍ환경 교육기관인 유네스코-IHE와 국제기구인 세계물평의회(World Water Council) 등에 따르면 버추얼 워터(Virtual Water)로도 불리는 가상수는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물의 총량을 뜻한다. 독일의 `사회생태학연구소'가 지난 200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의 쌀에는 3천ℓ의 가상수가 필요하며 1㎏의 밀 혹은 우유에는 각각 1천ℓ의 가상수가 쓰인다. 돼지고기의 경우 소고기보다는 상황이 다소 나아 1㎏에 5천ℓ의 물이 필요하며 햄버거 1개가 만들어지려면 2천500ℓ의 물이 필요하다. 가상수는 먹거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A4용지 1장에는 10ℓ의 물이, 1장의 면티셔츠에는 4천ℓ의 물이 쓰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320억㎥의 가상수를 수입하는 한국은 스리랑카, 일본 등에 이어 세계 5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며 최대 수출국인 호주는 연간 640억㎥의 가상수를 수출한다. 가상수라는 개념은 런던대 토니 앨런 교수가 1980년대에 처음 만들어냈지만 한동안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03년과 2006년 3년 주기로 열리는 `세계물포럼'(World Water Forum)의 주제로 잇따라 채택되면서 유명해졌다. 맘 편히 제품을 소비하는 데에 부담이 될 뿐 직접 보이지도 않는 물에 가상수라는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뭘까? 현 단계에서 가상수가 중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세계가 실제로는 물 부족 상태가 아니라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지구표면의 70%가 물로 덮여있지만 이 중 97%는 바닷물이기 때문에 먹거나 작물에 공급할 수 없다. 나머지 3%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담수(Fresh Water)인데 담수는 강이나 호수 등에 머무르다가 태양열에 의해 증발되고 다시 비를 통해 육지에 내려오는 방식으로 순환한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쓸 수 있는 담수의 양을 연간 1만~1만2천㎦(1㎦=10억㎥)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물이 지역마다 공평하게 분포돼있지 않다는 데 있다. 브라질 같은 열대우림지역과 달리 중동의 사막은 항상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식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이 소비하는 물의 양은 담수량의 15%에 그칠 뿐이다. 가상수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게 2000년대 이후의 일인 까닭에 아직 이 개념이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이지만 전문가들에 따라서는 가상수의 활용 영역이 지금 예측하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국가의 차원에서 보면 가상수는 각 국가별로 물과 관련된 정책을 세우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즉, 가상수(혹은 가상수가 포함된 제품)의 수입량을 조절해 자국 내 물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한 국가가 연간 1t의 밀을 수입한다면 자국 내에서 1천300㎥의 물을 아낀 셈이 된다. 반대로 물 부족 국가인 이스라엘 같은 국가는 가상수의 함축량이 많은 오렌지 같은 과일의 수출을 줄임으로써 자국 내 가상수를 아낄 수 있다. 지나치게 한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을 경우 향후 발생 가능한 `가상수 분쟁'을 피할 정책 대안도 마련할 수도 있다. A라는 국가가 연간 가상수 1천억t을 수입하는 데 이 중 절반 이상인 500억t을 B 국가에서 수입한다면 가상수의 수입선을 다변화 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며 가상수 수입량이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자국의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식의 대안도 마련될 수 있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가상수는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가능하게 할 묘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상수가 많이 필요한 상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물이 풍부한 국가에서 생산돼 물이 부족한 국가로 수입된다면 지구적 관점에서 그만큼의 물이 절약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세계물포럼 같은 국제적인 회의에서 가상수를 의제로 채택하며 가상수의 국가간 흐름이 지구적 차원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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