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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총선, 선진 한국은 민주적 공천부터](3) 판치는 인맥정치 -도민일보
등록일: 2008-01-25
[4.9총선, 선진 한국은 민주적 공천부터](3) 판치는 인맥정치 -도민일보 "우리가 남이가" 오늘도 끈 잡으러 여의도행 총선 출마 예정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생활 터전'이 지역인 사람들과 '고향'이 지역인 사람들이다. 전자는 말 그대로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지역에 살고 지역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로, 전직 지방의원이나 단체장들이 주로 해당한다. 후자는 태어난 곳은 지역이지만 삶의 터전은 서울이면서 총선을 위해 지역으로 옮겨간 사람들로, 주로 기업가 출신이나 고위 공직자·중앙당 관계자들이 많다. 국회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민에게 봉사해야 하지만 그보다 나라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생활 기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민을 대표해 뽑은 지역구 의원이라면 최소한 지방자치·분권에 대한 이해가 바탕돼야 한다. '배지'를 달려고 또는 유지하려고 지역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고 선심성 공약을 내걸지만, 스스로는 '서울바라기'인 의원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의 원인을 하향식 낙점 공천에서 찾을 수 있다. 17대 국회와 참여정부 들어 정치개혁이 많이 이뤄졌지만 현재의 하향식 공천제도로는 공천 잡음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하향식 공천으로는 예비 후보들 간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책 비교는커녕 얼굴 알리기도 바쁘다. '특정정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의 틀을 깨지 않는 이상 정책선거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또 이러한 하향식 공천은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힌 인맥정치를 조장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여의도에는 온갖 인맥을 동원해 '일단 공천부터 받고 보자'는 후보들로 북적댄다. 지역의 특성상 공천 싸움이 치열한 한나라당 당사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는 눈도장을 찍으려는 예비 후보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대선 직후 열리는 것이어서 너도나도 대선기여도를 앞세워 당 실세들의 뒤를 쫓아다니며 인연을 강조하는 모습도 흔하다. 이번 4·9 총선에서 밀양·창녕 지역구를 노리는 예비후보 중에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 유독 많다. 이들은 중앙 정치무대 경험이 같다는 점에서 조건이 비슷하지만 저마다 강점을 내세우며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 지역에는 이명박 당선자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공천 유력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은 '지역 민심'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중앙당의 일방적인 공천이 이뤄지면 선거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사실 아직까지는 지역에서 선거 바람이 불지 않는다. 일단 공천을 받고 봐야하지 않겠나. 지금은 지상전(지역 다지기)보다 공중전(공천 활동)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는 일찌감치 지역에서 기반을 다져왔지만 공천이 관건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공천을 받지 못하더라도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적어도 무소속으로 당선되려면 지역에서 오랫동안 생활터전을 삼은 사람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총선 준비하려고 몇 년 전부터 내려왔다고 쉽사리 덤비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는 "부모님이 지역에 오래 계셔서 기본적인 인맥이 확보돼 있는데다 초·중·고 동문들을 중심으로 기반을 다지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경선 당시 이명박 당선자를 도운 그는 인수위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 공천은 당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인수위 측 인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령·함안·합천 지역 한 출마예정자는 자신의 프로필과 자기소개서까지 준비해 당과 인수위를 찾았다. 그는 당내 실세로 공천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진 의원과의 학연을 강조하며 공천에 기대를 걸었다. 창원 지역 출마예정자들도 잇달아 여의도를 방문해 인사를 하러 다녔다. 이들 중에는 현역 지방의원들과 공직자들도 포함돼 있어 의정·공직 활동에는 손놓고 공천에 매달린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선거법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던 전 의원이 다시 출마를 준비하기도 한다. 그가 지역 민심에 아랑곳없이 의원직에 재도전할 수 있는 것도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최근 거제에서 출마 선언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도 '하향식 낙점 공천'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출마를 꿈꿀 수 없다. 1997년 한보사건과 2004년 한솔 전 부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적 있는 그가 이제와서 과연 깨끗한 정치인이 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미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공천에서 탈락해 중도하차했다. 지난해 개정한 한나라당 당규에 따르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 후보자 추천신청 자격이 없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그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 공천 획득에 자신이 있으며,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 출마는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가 대선에서 이 당선자를 적극 지지한 아버지의 힘을 등에 업고 공천을 기대하는 것은 현재 공천 제도의 허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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