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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연극교육 맞춤연수 참가한 초중고 교사들 -도민일보

등록일: 2005-08-12


거창 연극교육 맞춤연수 참가한 초중고 교사들 -도민일보 ꡒ아이들 제대로 가르칠 생각에 설레요ꡓ ꡒ아냐, 아니라니까. 왜 대사를 외우면 동작 선을 까먹고, 동작 선을 생각하면 대사를 까먹고 그래. 두 개가 다 맞아야하는데 말이야.ꡓ 극단 성좌의 대표인 권오을 연출가의 호통이 한바탕 몰아친다. 평소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하던 선생님들은 다시 학생이 된 듯 어쩔 줄을 모른다. 지난 1일부터 거창연극학교(옛 모동초등학교)에선 한 여름 연극으로 방학을 때우는 선생님들이 이 같이 욕(?)을 들으며 고생을 사서하고 있다. 34명에 이르는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은 지난 1일부터 거창교육청과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ꡐ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거창 교사 연극교육 맞춤연수ꡑ에 참여해 매일 이런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유치원 교사가 8명, 초등학교 교사가 17명, 중학교 교사 8명, 고등학교 교사 1명 등 총 34명이 참가해 세 팀으로 나눠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극단 성좌 권오일 대표, 극단 미학 정일성 대표, 극단 춘추의 문고헌 대표 등 국내에서 제법 알려진 연출가 3명이 매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이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오후 7시 이후에는 수승대로 옮겨 연극작품을 보고, 감상문을 꼭 써서 담당 강사에게 제출한다. 거창국제연극제가 한창이던 지난 8일 오후 4시, 연극학교 내 장미극장에선 1교시 수업을 마친 A팀이 대본 읽기 개인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읽고 있는 대본은 한국전쟁으로 희망이 깨져버린 한 젊은이(규석)와 그를 둘러싼 애욕을 표현한 차범석 극작가가 쓴 <산불>의 마지막 부분. 다시 무대 위에서 대사와 동작선을 함께 맞추는 연습(blocking)에 들어간다. 차범석 작 <산불> 13일간 연습, 내일 직접 무대에 최씨 역을 맡은 조미숙(39․거창유치원)씨가 전형적인 경남 서북부 방언으로 ꡒ어느 년이 그런 소문을 퍼트렸는지 대라니까ꡓ라고 대사를 한다. 권오일 강사 입에서 다시 ꡒ아냐ꡓ가 쏟아진다. ꡒꡐ대ꡑ에 악센트를 두니까 ꡐ까ꡑ가 약해지잖아. 다시.ꡓ 이 말에 맞춰 조씨는 다시 대사를 친다. 다시 쉬는 시간. 극중 제법 비중 있는 최씨 역을 맡은 탓인지 잔 실수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았던 조씨. ꡒ연습을 마친 오후 7시면 연수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모두 수승대로 옮겨 거창국제연극제에서 공연되는 연극들을 보죠.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연수에 참여하면서 연극을 보는 눈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게 참 뿌듯해요ꡓ라고 말한다. 오후 5시 30분 잠시 휴식을 가진 뒤 다시 연습이 시작된다. 점례 역을 맡은 정순숙씨가 멈칫멈칫 하면서 ꡒ우리 어머니가 붙들려 갔다고요?ꡓ라고 대사를 한다 권 연출가는 ꡒ몸이 자꾸 굽잖아. 상체를 꼿꼿이 하면서 쭉 들어갚라고 지적한다. 권 연출가의 지적이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에게 날아 가자 참여교사들이 다소 주눅드는 것 같다. 오후 6시 35분, 호통이 멈추고 장미극장 내 하루 일정이 마무리된다. 2년 동안 초등학교 학생들 연극지도를 해 왔다는 정순숙(43․거창 월천초등학교)씨. ꡒ내가 연극의 ꡐ연ꡑ자도 모르면서 아이들 연극 지도를 해왔다는 게 참 부끄럽게 느껴져요. 그리고 막상 연기를 해보니까 ꡐ참 아이들이 배우는 속도가 빠르구나ꡑ라는 것을 느꼈죠ꡓ라면서 자신을 질책하는 듯 한 표정을 짓는다. 연극연수에 대한 느낌을 묻자 머뭇거리면서 답변을 피하다가 이내 입을 열며 ꡒ다른 형태의 연수도 많이 해봤는데, 이번 연극연수는 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산 체험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걸 배워 아이들에게 좀더 연극을 잘 가르쳐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조금 들뜨기도 하고요ꡓ라며 장광설을 푼다. 이들 34명이 13일 동안 흘린 땀은 오는 13일 오후 5시 거창연극학교 내 장미극장에서 가족들과 동료 교사들 앞에서 공연으로 선보인다. 끝내 이름을 밝히기 꺼렸던 한 교사는 ꡒ지금도 잘 못하는데, 가족들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대에 선다는 게 솔직히 쑥스럽고 두렵죠. 그래도 관객으로만 있던 제가 다른 이들에게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무척 설렙니다ꡓ라고 말한다. 두려움과 설렘의 교차 속에서 오는 13일은 평생 한번도 경험해보기 힘든 무대 위 인생을 그들에게 선사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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