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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비준안 지연, 농업협상에 부담 가중 -연합뉴스

등록일: 2005-11-11


쌀 비준안 지연, 농업협상에 부담 가중 -연합뉴스 런던-제네바 막판 연쇄절충 성과 못내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속도가 부진해지면서 내달 열리는 홍콩 각료회의에 대한 기대치가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 7일 런던, 8일과 9일 이틀 동안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에서 열린 막판 절충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파스칼 라미 WTO사무총장은 10일 한달 앞으로 다가온 홍콩 각료회의에서 DDA협상의 제대로 된 모댈리티(세부원칙)을 마련한다는 당초 목표를 사실상 단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말았다. 현재 WTO회원국들 사이에서는 내년말로 정해진 DDA협상의 타결 시간은 고수하되 내년 상반기에 또 한번 각료회의를 개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일단 세부원칙의 3분의 2를 마련하는 것은 무리이며, 이를 절반 혹은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자는 의견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 최근의 협상 국면 = 미국과 케언스 그룹은 물론 브라질과 인도가 이끄는 수출개도국 그룹(G20)이 유럽연합(EU)를 둘러싸고 농산물 부문에서 추가 양보를 내놓으라며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EU는 지난달 28일 제시한 양보안 외에 더이상 내놓을 것이 없다며 버티고 있지만 미.케언스, G20로부터 협상 결렬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으름장을 받고 있다. EU는 내부적으로도 중요한 회원국인 프랑스측이 협상을 거부할 수도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탓에 더욱 피곤한 입장이다. 한국과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를 포함한 농산물수입국 그룹(G10)은 이보다도 더욱 불리한 처지에 있다. 당장은 EU가 화살을 맞고 있는 모습이지만 미국이나 케언스, G20 등이 이들 그룹의 요구.주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은 미국과 EU, 브라질, 인도, 호주 등의 '빅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한국을 포함한 G10은 속절없이 '관망'과 '예의주시'만을 거듭하는 형편이다. 만일 EU가 미국에 밀린다면 G10에게도 협상 환경은 극도로 불리해지는 셈. G10을 대표한 스위스의 루치우스 바세차 대사는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소집해 "원치는 않지만 만일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는 상황이 생긴다면 우리는 '노(no)'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DDA협상이 회원국들의 표대결이 아닌, 콘센서스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논리적으로는 단 한나라라도 끝까지 반대한다면 합의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결렬의 책임을 홀로 뒤집어쓰는 경우는 극력 피하려 하는 것이 냉엄한 국제협상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같은 분위기는 DDA협상에서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기대하고 쌀 비준안의 연기를 주장하는 국내 일각의 분위기와는 사뭇 거리가 있는 것이다. WTO는 홍콩 각료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향후 2주 동안 농산물을 포함한 각 협상 그룹 의장들을 통해 최근에 수렴된 공통분모를 문서에 담는 작업을 벌일 예정. 이 문서에 관세감축률에 관한 구체적인 숫자는 담겨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각국의 협상 대표들은 어떤 내용이 담겨질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 각국의 협상 입장 = 한국의 경우는 G10과의 공조를 통해, 고율의 관세 감축, 민감품목에 대한 신축성 부여, 관세 상한 반대 등의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있다. 관세감축률의 경우는 한국에 가장 불리한 미국의 요구와는 현격한 거리가 있다. 미국은 기존의 주장에서 후퇴하더라도 최소한 G20가 요구하는 수준 밑으로는 안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EU가 새로 제시한 감축폭을 웃도는 것은 물론이다. 2주후에 나올 세부원칙 초안에 관세상한 설정 조항이 불쑥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도 한국 협상 대표들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또다른 이유다. 한국은 최대의 관심사인 쌀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말 쌀 수출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일단 관세화 유예를 택했고 DDA협상에서는 민감품목과 개도국 우대라는 이중의 방어망도 구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민감품목에 대해서도 미국과 케언스, G20는 겨우 1%로 제한할 것을 고집하고 있다. EU는 8%까지 양보했고 한국을 포함한 G10은 이보다 더 높다. ◇ 한국의 개도국 지위 논란 = 한국의 농민단체들이 개도국 우대에 크게 기대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개도국 지위를 얻게 되면 관세감축 등에서 선진국보다는 유리한 조건을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WTO회원국들은 DDA협상의 세부원칙이 마련된 이후 각국이 개도국, 선진국 중 스스로 선택한 지위에 따른 구체적 이행 내용을 담은 `이행계획서'를 WTO에 제출하게돼 있다. 그러나 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와는 달리,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얻는 것에 대해 반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고 있고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까지 가입한데다 세계 12위의 무역 대국이라는 점에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수출국들은 개도국 지위를 선뜻 용납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은 농산물 수입국인 G10의 멤버로서는 유일하게 개도국 모임인 G33에도 속해 연대를 도모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양측에서 모두 한국이 개도국으로 분류되기를 희망하는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윤장배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일본과 스위스 등 선진국이 대부분인 G10에서는 한국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있음을 탐탁치않게 여기고 있으며 G33의 경우는 직접 "한국이 왜 개도국이냐"고 따지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WTO협정에 따르면 개도국 지위는 '당사국의 자기선택과 다른 나라의 묵시적 동의'라는 절차를 통해 결정된다. 따라서 각국을 상대로 동의를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개도국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쌀 협상과 마찬가지로 양자간 부가합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가합의는 쌀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검역절차 간소화나 특정 품목에 대한 수입물량 확대 등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 한국 협상대표들의 시각 = 쌀 비준안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한국측 협상 대표들의 걱정이다. 이들이 한국의 개도국 지위에 '딴지'를 걸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윤정책관과 교대로 제네바 라운드에 참여하는 배종하 국장에 따르면 쌀 협상 비준안이 지연되는데 대해 지난 9월경부터 캐나다 등 일부 쌀 수출축국들로부터 불만과 우려가 전달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측 협상대표들은 제네바를 방문하는 기간을 이용해 쌀 수출국들과도 대화를 갖는다. 비준안이 국회상임위를 통과할 무렵에 제네바에 와있던 미국 USTR대표들이 한국측의 상황 설명과 합의안 이행절차를 문의하는 모습이었다. 제네바 협상전선에서 한국측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담당하는 최혁 제네바 대표부 대사와 이명수 농림차관이 최근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애써 만든 관세화 유예조치가 무산될 가능성을 걱정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외교부와 농림부 관계자들은 쌀 수출국들과의 합의사항은 연내 비준이 아니라, 연내 이행이며 올해 1월1일부터 이행 의무가 주어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약속의 불이행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행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서 최소한 국제기준에 맞춰 올해 안으로 입찰 공고를 내는 단계까지는 진행됐어야 했다는 것. 농림부의 윤장배 정책관은 공고기간만 20일을 잡고 있어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계약 정도는 해줬어야 상대국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수출국이 WTO 시장조사위원회에 한국의 쌀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해 이를 막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관세화와 관련해 윤정책관은 상대국들에 관세율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한 뒤 WTO 검증절차를 지키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면서 일찌감치 관세화를 택한 일본의 경우, 2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만일 한국이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해 WTO 중재패널로 가게 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며 패소하게 되면 달라는 대로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한국측 협상 대표들은 아무 것도 내줄 수 없다고 버티다 보면 개도국 지위마저도 상실할 위험이 있다면서 국익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 농정 현실을 알리고 DDA협상의 불균형을 성토하기 위해 가끔 제네바를 방문하는 국내 농민단체 관계자들도 일단 국제협상의 무대를 직접 보게 되면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다소간 수긍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112개 농민단체장들이 지난 6월초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와 미국, 호주,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4개 수출국의 제네바 대표부 대사들과 면담한 것이 단적인 사례. 당시 농민단체장들을 만난 제네바주재 아르헨티나 대사는 "우리도 한때는 작은 규모이지만 TV 공장과 조선소가 있었지만 경쟁에 밀려 공장도 노동자도 사라지고 없다"면서 "우는 소리만 하지 말라"고 강하게 맞받아쳤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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